펜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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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손이 떨리지도 않았고, 술을 못 마시면 죽을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었고, 생각과 기억이 뚝뚝 끊기지 않았다.
이 정도로 몸이 멀쩡했던 게 언제 적이었더라.
마치 심하게 중독에 의존하게 되기 전, 몸이 나쁘지 않았던 때 같다.
몇 년 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
귄터는 맑은 정신으로 자신이 수도 곳곳에 숨겨둔 폭탄의 위치를 떠올렸다.
자신이 설치한 폭탄 대부분이 기억났다.
귄터는 레이나에게 알려 주어 버린 폭탄 위치를 머릿속에서 헤아리며 ‘쓸 수 없게 된 것’으로 처리했다.
쓸 수 있는 패가 적어졌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그의 힘이 될 안배를 곳곳에 뿌려 두었는데, 롤토토사이트 방해할 것이 뻔한 사람에게 전부 줘 버렸군.
어리석은 짓이었다 생각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사막을 헤매다 쓰러져 허겁지겁 몇 방울 물을 받아 마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롤베팅 오아시스가 아니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을 것이다.
제 가진 것을 다 내어 주었어도 아깝지 않다.
그 정도 예의는 돌려줘야지.
어차피 고인 물 따위는 못 보고 죽을 듯하니 상관없기도 했다.
“…….”
그에게 전 재산을 남긴 부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레이나에게 베푼 호의에 그가 느끼는 감정은 그 정도였다.
그래도 당장 운신의 폭을 줄인 몇 수는 아쉬웠다.
밝히지 않는 편이 좋았을 중요한 위치도 꽤 많이 주어 버렸다.
“…….”
오러를 써서 그 폭탄들의 지금 상태를 확인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관두었다.
설령 아직 남아 있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폭탄 해체하는 기술자들 몇을 해쳐봤자 딱히 이득도 없고.
오히려 오러를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지 보여 주는 것은 아서에게 힌트나 주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경험의 차이로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서는 뛰어나다.
귄터를 뛰어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미 아서는 귄터의 오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신은 불공평하지.
“…….”
귄터는 어릴 때부터 험하게 자랐다.
목숨을 걸고 목숨을 빼앗는 것이 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한 용병은 실전 경험 면에서 어떤 사람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의 차이가 오러의 능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지금의 귄터를 아서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자신은 부작용과 광증,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고, 아서는 자신의 반려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으니.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것은 자신이다.
“…….”
귄터는 턱을 괴고 조용히 그녀를 생각했다.
귄터는 레이나를 보기 전부터, 다른 오러의 반려를 만난다면 필연적으로 롤배팅 스타베팅 떠올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귄터는 태양만 봐도 미아를 생각했고. 붉은 머리만 봐도 미아를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기분이 들는지 경계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레이나는 보면 볼수록 미아와 비슷한 점이 없었다.
태생이 귀족으로 자란 것도 아니고.
당장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흔쾌히 거금을 내던져 버리는 미아와는 달리, 돈에 대해 상당히 먼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이고.
주변 눈치를 보며 살아서 적응력이 좋고 생활력도 있는 편이었다.
몹시도 신경이 쓰이는 미아와는 완전히 정 반대…….
오히려 그 여자는 저와 비슷하다면 비슷했다.
귀족가의 피를 갖고 있지만, 천것으로 자랐다는 점도.
반려를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도.
“…….”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 근처로 풀벌레 하나가 다가가고 있었다.
여자는 침구를 정리하고, 뭔가 펜을 들고 종이에 적으며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
귄터는 그녀가 이내 벌레를 발견하고 놀랄 거라 생각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여자가 흠칫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열심히 뭔가를 쓰다가 마침내 작은 생물을 발견한 여자는 별달리 놀라지도 않고 그것을 살짝 손바닥에 올려 죽이지 않은 채 창밖으로 놓아 주었다.
그러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
미아랑은 전혀 달랐다.
……나랑도 좀 다르고.
「…….」
몇몇 일들을 더 지켜보며.
귄터는 그녀에게 배신자, 첩자 따위의 분류를 추가하기도 하고.
미련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귄터는 그녀에게서 미아를 떠올려 마음이 바뀌거나 멍청한 헛짓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약해진 상태여서 그랬을까.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
귄터는 고작 며칠 스쳐 지나간 사람인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준 사람을 떠올리며 롤드컵토토 이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귄터는 삐딱하게 앉은 채 시간을 가늠했다.
“…….”
접시에 놓인 사과파이를 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피식 비웃었다.
형편없군.
* * *
아서와 레이나가 있는 저택은 긴장감으로 분주했다.
한동안 아서와 케이가 전령을 보내고, 동시에 엇갈리듯 몇몇 전령이 그들을 찾아와 논의를 전달하며 시간이 흘렀다.
레이나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황후가 귄터 베인을 만나 줄까? 그걸 감히 물어볼 수나 있을까?
묻는 것조차도 무례와 도전으로 비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황후를 해치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일을 아서가 책임지게 할 순 없어.
아서가 레이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레이나가 벌떡 일어나 롤토토 앞으로 다가갔다.
“…….”
레이나를 잠시 바라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아서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부인.”
레이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
별달리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은 듯했다.
레이나가 말했다.
“그동안 저 사람이 말했던 폭탄 위치는 전부 진짜였어요.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건 정말일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들어가서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 볼까 싶은데요.”
“…….”
아서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레이나의 양 팔꿈치를 손으로 감쌌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레이나가 그의 가슴 앞으로 몇 걸음 당겨졌다.
“부인.”
“네?”
순간적으로 스치는 표정이 괴로워 보여서 레이나가 멈칫했다.
아서가 말했다.
“내가 없는 데서 당신이 저놈과 독대를 하러 들어갔다는 보고를 듣고 내 마음이 어땠을 것 같아요.”
“…….”
아서의 손이 긴장감으로 차가웠다.
레이나는 무어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그 이상으로 아무 말도 표현하지 않고 지그시 바라보는 회색 눈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그의 옷과 머리에 급히 달려오느라 맞은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
아서가 힘들게 표정을 풀고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요.”
책망하는 말은 부드러웠다.
아서는 레이나의 머리를 당기고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레이나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려고 했다.
“…….”
저도 당연히 안전을 신경 썼어요.
수갑이 있었고, 기사 분들이 지켜 주셨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죠.
귄터를 만난 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걸요.
당신도 그의 손이 닿지 않는다는 걸 보셨잖아요.
하지만 하려던 말은 다 갈 곳을 잃었다.
아서가 하고 싶은 말을 너무 많이 삼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레이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아서가 불안하지 않게 그를 꽉 안아주었다.
“미안해요.”
“…….”
아서는 조금 어색하게 웃고 레이나의 등을 토닥였다.
레이나도 하려던 말을 삼켰다는 걸 알았을 터였다.
“…….”
할머니와 나는 이러지 않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하면서 소리도 치고, 하고 싶은 말을 막 쏟아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에게 로아스는 어땠을까?
펄 공작 부인의 부탁으로 황제의 사생아인 그를 거두어 주었지만, 편하게 양아들로 대하지도 못했던 그의 양부모.
아서는 그들을 감사한 분들이라고,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었을 거라고 했지만…….
아서는 자신의 존재가 로아스를 사교계에서 고립시키는 등 여러 불편을 끼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로아스는 아마 충성스러움과 난처함, 조금의 어려워함으로 아서를 대했을 것이다.
걱정을 시킨다며 그에게 호통을 친 사람이 있었을까.
아서가 거기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아서에게 가족이란.
어쩌면 그는 아예 그런 것을 모른다.
레이나가 말했다.
“아서, 내가 잘못했어요. 걱정시키는 가족이 제일 나쁜 가족인데. 그죠?”
“…….”
레이나는 그냥 그를 안아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담아서.
“그러지 말라고 호통쳐도 괜찮아요. 난 당신한테 그러잖아요.”
아서의 다정함과 온화함은 항상 레이나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삼키지는 않아도 되었다.
어쩌면 그건 진짜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온 거리감일 것이다.
그런 배려는 아서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습관적으로 짓는 미소 같은 것이었다.
“…….”
아서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비슷하게 강한 힘으로 레이나를 깍지 껴 안고 말했다.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나 모를 거야. 당신이 큰 도움이 됐는데 스타토토 고맙다는 말이 안 나와. 다음에 또 그럴까 봐 걱정돼서.”
“미안해요. 제가 입장 바꿔서 생각을 못 했어요.”
아서가 미소 지었다.
“당신도 하고 싶은 말 해요. 무슨 말을 참았어?”
레이나가 말했다.
“별건 아니었어요. 나는 안전에 만전을 기했고, 위험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위험한 상황이었으면 나도 그런 말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이었을 것 같아서. 말 안 하기로 했어요.”
“…….”
아서가 웃었다.
“지금 다 말했잖아.”
레이나가 웃었다.
“그렇네요.”
레이나가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도 좋지만 대화도 해요, 우리. 안 그러면 다음에도 또 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명한 아내네.”
“너무 치켜올리진 말고요.”
아서가 짧은 틈을 두고 다시 말했다.
“당신이 날 위해 해주는 일들이 많이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케이 포드조차도 인정하더군. 하지만 나는 당신이 나한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꾸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레이나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언제나 안전한 곳에만 둘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럴 때 나로선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 나는 당신도 언제나, 뭔갈 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안전이 일 순위였으면 좋겠어.”
레이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노력할게요. 하지만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여겨지고 위험을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수 있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
“하지만 이렇게 당신을 걱정시키고 싶진 않고 나도 내가 소중하니까, 나 스스로도 안전에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다할 거예요. 내가 안전한 상황에서만 행동했을 거라는 걸 믿고, 당신도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아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듣기 좋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안심 되네.”
그리고 레이나는 두 번째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었다. 레이나는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귄터 베인이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는데요. 확신할 순 없지만 제 생각엔 그 사람, 할머니의 치료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황후를 만나게 해 주는 대신 그걸로 이야기해 볼 수 없을까요?”
다녀와보세요 ㅎㅎ..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손이 떨리지도 않았고, 술을 못 마시면 죽을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었고, 생각과 기억이 뚝뚝 끊기지 않았다.
이 정도로 몸이 멀쩡했던 게 언제 적이었더라.
마치 심하게 중독에 의존하게 되기 전, 몸이 나쁘지 않았던 때 같다.
몇 년 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
귄터는 맑은 정신으로 자신이 수도 곳곳에 숨겨둔 폭탄의 위치를 떠올렸다.
자신이 설치한 폭탄 대부분이 기억났다.
귄터는 레이나에게 알려 주어 버린 폭탄 위치를 머릿속에서 헤아리며 ‘쓸 수 없게 된 것’으로 처리했다.
쓸 수 있는 패가 적어졌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그의 힘이 될 안배를 곳곳에 뿌려 두었는데, 롤토토사이트 방해할 것이 뻔한 사람에게 전부 줘 버렸군.
어리석은 짓이었다 생각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사막을 헤매다 쓰러져 허겁지겁 몇 방울 물을 받아 마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롤베팅 오아시스가 아니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을 것이다.
제 가진 것을 다 내어 주었어도 아깝지 않다.
그 정도 예의는 돌려줘야지.
어차피 고인 물 따위는 못 보고 죽을 듯하니 상관없기도 했다.
“…….”
그에게 전 재산을 남긴 부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레이나에게 베푼 호의에 그가 느끼는 감정은 그 정도였다.
그래도 당장 운신의 폭을 줄인 몇 수는 아쉬웠다.
밝히지 않는 편이 좋았을 중요한 위치도 꽤 많이 주어 버렸다.
“…….”
오러를 써서 그 폭탄들의 지금 상태를 확인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관두었다.
설령 아직 남아 있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폭탄 해체하는 기술자들 몇을 해쳐봤자 딱히 이득도 없고.
오히려 오러를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지 보여 주는 것은 아서에게 힌트나 주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경험의 차이로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서는 뛰어나다.
귄터를 뛰어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미 아서는 귄터의 오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신은 불공평하지.
“…….”
귄터는 어릴 때부터 험하게 자랐다.
목숨을 걸고 목숨을 빼앗는 것이 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한 용병은 실전 경험 면에서 어떤 사람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의 차이가 오러의 능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지금의 귄터를 아서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자신은 부작용과 광증,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고, 아서는 자신의 반려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으니.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것은 자신이다.
“…….”
귄터는 턱을 괴고 조용히 그녀를 생각했다.
귄터는 레이나를 보기 전부터, 다른 오러의 반려를 만난다면 필연적으로 롤배팅 스타베팅 떠올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귄터는 태양만 봐도 미아를 생각했고. 붉은 머리만 봐도 미아를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기분이 들는지 경계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레이나는 보면 볼수록 미아와 비슷한 점이 없었다.
태생이 귀족으로 자란 것도 아니고.
당장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흔쾌히 거금을 내던져 버리는 미아와는 달리, 돈에 대해 상당히 먼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이고.
주변 눈치를 보며 살아서 적응력이 좋고 생활력도 있는 편이었다.
몹시도 신경이 쓰이는 미아와는 완전히 정 반대…….
오히려 그 여자는 저와 비슷하다면 비슷했다.
귀족가의 피를 갖고 있지만, 천것으로 자랐다는 점도.
반려를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도.
“…….”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 근처로 풀벌레 하나가 다가가고 있었다.
여자는 침구를 정리하고, 뭔가 펜을 들고 종이에 적으며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
귄터는 그녀가 이내 벌레를 발견하고 놀랄 거라 생각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여자가 흠칫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열심히 뭔가를 쓰다가 마침내 작은 생물을 발견한 여자는 별달리 놀라지도 않고 그것을 살짝 손바닥에 올려 죽이지 않은 채 창밖으로 놓아 주었다.
그러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
미아랑은 전혀 달랐다.
……나랑도 좀 다르고.
「…….」
몇몇 일들을 더 지켜보며.
귄터는 그녀에게 배신자, 첩자 따위의 분류를 추가하기도 하고.
미련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귄터는 그녀에게서 미아를 떠올려 마음이 바뀌거나 멍청한 헛짓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약해진 상태여서 그랬을까.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
귄터는 고작 며칠 스쳐 지나간 사람인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준 사람을 떠올리며 롤드컵토토 이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귄터는 삐딱하게 앉은 채 시간을 가늠했다.
“…….”
접시에 놓인 사과파이를 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피식 비웃었다.
형편없군.
* * *
아서와 레이나가 있는 저택은 긴장감으로 분주했다.
한동안 아서와 케이가 전령을 보내고, 동시에 엇갈리듯 몇몇 전령이 그들을 찾아와 논의를 전달하며 시간이 흘렀다.
레이나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황후가 귄터 베인을 만나 줄까? 그걸 감히 물어볼 수나 있을까?
묻는 것조차도 무례와 도전으로 비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황후를 해치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일을 아서가 책임지게 할 순 없어.
아서가 레이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레이나가 벌떡 일어나 롤토토 앞으로 다가갔다.
“…….”
레이나를 잠시 바라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아서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부인.”
레이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
별달리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은 듯했다.
레이나가 말했다.
“그동안 저 사람이 말했던 폭탄 위치는 전부 진짜였어요.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건 정말일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들어가서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 볼까 싶은데요.”
“…….”
아서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레이나의 양 팔꿈치를 손으로 감쌌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레이나가 그의 가슴 앞으로 몇 걸음 당겨졌다.
“부인.”
“네?”
순간적으로 스치는 표정이 괴로워 보여서 레이나가 멈칫했다.
아서가 말했다.
“내가 없는 데서 당신이 저놈과 독대를 하러 들어갔다는 보고를 듣고 내 마음이 어땠을 것 같아요.”
“…….”
아서의 손이 긴장감으로 차가웠다.
레이나는 무어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그 이상으로 아무 말도 표현하지 않고 지그시 바라보는 회색 눈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그의 옷과 머리에 급히 달려오느라 맞은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
아서가 힘들게 표정을 풀고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요.”
책망하는 말은 부드러웠다.
아서는 레이나의 머리를 당기고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레이나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려고 했다.
“…….”
저도 당연히 안전을 신경 썼어요.
수갑이 있었고, 기사 분들이 지켜 주셨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죠.
귄터를 만난 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걸요.
당신도 그의 손이 닿지 않는다는 걸 보셨잖아요.
하지만 하려던 말은 다 갈 곳을 잃었다.
아서가 하고 싶은 말을 너무 많이 삼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레이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아서가 불안하지 않게 그를 꽉 안아주었다.
“미안해요.”
“…….”
아서는 조금 어색하게 웃고 레이나의 등을 토닥였다.
레이나도 하려던 말을 삼켰다는 걸 알았을 터였다.
“…….”
할머니와 나는 이러지 않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하면서 소리도 치고, 하고 싶은 말을 막 쏟아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에게 로아스는 어땠을까?
펄 공작 부인의 부탁으로 황제의 사생아인 그를 거두어 주었지만, 편하게 양아들로 대하지도 못했던 그의 양부모.
아서는 그들을 감사한 분들이라고,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었을 거라고 했지만…….
아서는 자신의 존재가 로아스를 사교계에서 고립시키는 등 여러 불편을 끼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로아스는 아마 충성스러움과 난처함, 조금의 어려워함으로 아서를 대했을 것이다.
걱정을 시킨다며 그에게 호통을 친 사람이 있었을까.
아서가 거기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아서에게 가족이란.
어쩌면 그는 아예 그런 것을 모른다.
레이나가 말했다.
“아서, 내가 잘못했어요. 걱정시키는 가족이 제일 나쁜 가족인데. 그죠?”
“…….”
레이나는 그냥 그를 안아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담아서.
“그러지 말라고 호통쳐도 괜찮아요. 난 당신한테 그러잖아요.”
아서의 다정함과 온화함은 항상 레이나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삼키지는 않아도 되었다.
어쩌면 그건 진짜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온 거리감일 것이다.
그런 배려는 아서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습관적으로 짓는 미소 같은 것이었다.
“…….”
아서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비슷하게 강한 힘으로 레이나를 깍지 껴 안고 말했다.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나 모를 거야. 당신이 큰 도움이 됐는데 스타토토 고맙다는 말이 안 나와. 다음에 또 그럴까 봐 걱정돼서.”
“미안해요. 제가 입장 바꿔서 생각을 못 했어요.”
아서가 미소 지었다.
“당신도 하고 싶은 말 해요. 무슨 말을 참았어?”
레이나가 말했다.
“별건 아니었어요. 나는 안전에 만전을 기했고, 위험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위험한 상황이었으면 나도 그런 말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이었을 것 같아서. 말 안 하기로 했어요.”
“…….”
아서가 웃었다.
“지금 다 말했잖아.”
레이나가 웃었다.
“그렇네요.”
레이나가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도 좋지만 대화도 해요, 우리. 안 그러면 다음에도 또 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명한 아내네.”
“너무 치켜올리진 말고요.”
아서가 짧은 틈을 두고 다시 말했다.
“당신이 날 위해 해주는 일들이 많이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케이 포드조차도 인정하더군. 하지만 나는 당신이 나한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꾸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레이나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언제나 안전한 곳에만 둘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럴 때 나로선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 나는 당신도 언제나, 뭔갈 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안전이 일 순위였으면 좋겠어.”
레이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노력할게요. 하지만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여겨지고 위험을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수 있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
“하지만 이렇게 당신을 걱정시키고 싶진 않고 나도 내가 소중하니까, 나 스스로도 안전에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다할 거예요. 내가 안전한 상황에서만 행동했을 거라는 걸 믿고, 당신도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아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듣기 좋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안심 되네.”
그리고 레이나는 두 번째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었다. 레이나는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귄터 베인이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는데요. 확신할 순 없지만 제 생각엔 그 사람, 할머니의 치료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황후를 만나게 해 주는 대신 그걸로 이야기해 볼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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